중고나라, 첫 UX 리라이팅 이야기

중고나라 첫 고객 언어 가이드를 만들다


“우리 UX 라이팅이 그렇게 친절한 편은 아니죠”

서비스 기획을 맡고 있는 리더 J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6개월 전 중고나라에 합류한 저는 될 수 있는 대로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습니다. 구성원분들 한분 한분 면담을 하면서 귀를 기울였습니다. “우리 UX 라이팅이 그렇게 친절한 편은 아니죠”.


리더 J는 이미 “언어"에 대해서 고민을 해본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가 생각한 친절한 UX 라이팅이란 무엇일지 궁금했습니다. 전주경 작가가 쓴 책, ‘그렇게 쓰면 아무도 안 읽습니다’에서 읽은 아래 문구가 조심스럽게 다가왔습니다.


오히려 UX가 엉망인 서비스가 해요체만 고집하면 정리되지 않아 정신없고 전문성 없는 미성숙한 브랜드 이미지가 사용자에게 각인될 위험이 더 크다. (중략) 사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면 한다는 서비스 제작자 욕망의 발로일 뿐이다.


중고나라 서비스는 서비스가 갖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언어가 편향되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친절한 것은 좋지만 굳이 특별한 색을 갖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저 고객 곁에 서서 정확하고 담백하게 이야기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가이드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회사에 필요한 ‘고객 언어 가이드’ 초안을 만들었습니다. 구성원들이 ‘이렇게 쓰면 될까?’ 싶을 때 꺼내 보고 누구에겐가 물어보기 애매할 때 읽어보고 조금이나마 방향을 찾을 수 있게 말이죠. 언어가 기능을 넘어 어떠한 이미지를 가져야겠다는 욕심까지는 부리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구성원이 저마다 손끝에서 만들어 내는 언어가 한결같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그저 고객이 느끼기에 이 서비스는 “한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하는구나"를 느끼게 만드는 게 저의 목표였습니다. 그런 생각과 목표를 담아 ‘중고나라 고객 언어 가이드’를 만들었습니다.


구성원들께 “중고나라 고객 언어 가이드”를 소개하다


구성원들을 큰 회의실에 모아놓고 고객 언어 가이드를 소개했습니다. “우리 앞으로는 이 말 대신 이 말을 쓰기로 해요", “잘 모르겠으면 ‘중고나라 고객 언어 가이드’를 꺼내서 보기로 해요"와 같은 말과 함께. “적어도, ‘중고나라’를 ‘중나’로 부르는 일은 이제 없었으면 한다.” 등의 말씀을 드렸습니다. 고객 언어 가이드를 배포하고, 몇 가지 생겨난 모습이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우리의 작은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 고객이 보는 글을 작성하는 구성원은 자신의 글이 어떻게 보일지를 생각하게 됐다.

  • 자신이 작성한 글을 업무 공간에 올려 검토받는 모습이 생겨났다.

  • 그렇게 다듬어진 글은 반드시 좋아졌다.

중고나라 고객 언어 가이드



UX 리라이팅을 하다

고객 언어 가이드를 만들고 나서 할 일은 서비스에 쓰인 글을 고쳐 쓰는 일이었습니다. 서비스에 쓰인 글은 생각보다 너무나 많았습니다. 각종 버튼부터 공지 사항에 작성된 글까지, 푸시 메시지 문구부터, 알림톡 문구까지 광범위했습니다.


우선 서비스를 기획하는 팀과 고객을 응대하는 팀에 각각 UX 리라이팅을 할 담당자를 정했습니다. 우리는 해야 할 범위를 정하고 매주 한 시간씩 만났습니다. 우리는 우선 ‘푸시 메시지’와 ‘알림톡’ , ‘FAQ’ 게시판의 내용을 1차 UX 리라이팅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팀장 J도 참여했습니다. ‘UX Rewriting’도 ‘UX 리라이팅’으로 통일해서 적기로 했습니다.


UX 리라이팅 1차 범위
- 앱 채팅 거래 안내 메시지, 앱 푸시 메시지, 알림톡, FAQ
- 고객이 가장 많이 사용하며, 내부에서도 필요성이 자주 대두되는 항목
- 앱 업데이트 없이 관리자 수정, 서버 업데이트만으로 수정할 수 있는 항목


방향
- 중고나라 고객 언어 가이드에 맞춘 고쳐쓰기
- 반복된 문구를 없애고 가독성을 키우기
- 채팅 창을 너무 가리지 않도록 글자 수를 최대 50% 줄이기
- 간결하고 이해하기 쉬운 문장으로 FAQ 및 고객 응대 템플릿 다시 쓰기
- 답변 시에는 인사말 통일하고 답변을 두괄식으로 적기


3~4주간의 작업을 거쳐 우리는 아래와 같은 결과물을 얻었습니다. 아울러 모든 텍스트가 한데 모여 정리된 ‘푸시, 알림톡 텍스트 시스템’이라는 부산물도 얻게 됐습니다. 리더 J와 매니저 L은 무려 500개가 넘는 메시지를 수정했습니다. 그중에, 눈에 띄는 몇 개의 사례를 아래에 소개합니다. 각각의 이미지 아래에는 고객 언어 가이드에서 착안한 내용을 덧붙이겠습니다.


하나, 한자어를 되도록 적게 사용한다.


한자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면 사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미등록 시’, ‘미입금으로'라는 말은 ‘등록하지 않으면’, ‘입금하지 않아’로 쓰면 뜻이 모자라지 않을뿐더러 더 자연스러워집니다.


둘, 쉽게 알 수 있거나 군더더기 표현을 과감하게 생략한다.


사용자의 현재 단계에서 굳이 필요하지 않거나, 맥락상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군더더기 표현은 과감하게 생략하기로 했습니다.


셋, 짧게 쓴다.


'구매 취소를 확인 중입니다.' 라는 말은 기획자들이 일하면서 충분히 나옴 직한 말입니다. 다만 고객 입장에서 보면 비문에 가깝습니다. 짧게 쓰면서 뜻을 분명히 밝힐 수 있을 때는 짧게 쓰기로 했습니다.


넷, 서비스에 통용되는 단어를 선택한다. (‘수령’ → ‘픽업’)


외래어는 되도록 사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위에서 쓰인 ‘픽업'이라는 말도 외래어지만, 서비스 명칭이 '편의점 픽업'이므로 ‘수령'이라는 말보다는 ‘픽업'이라는 말이 더 일관적이면서 직관적입니다. 이럴 때는 외래어라도 서비스에 통용되는 말을 선택하기로 했습니다.


다섯, 불필요한 텍스트와 정보를 줄인다.


알림톡 메시지에 ‘[중고나라]’, ‘안녕하세요’라는 말이 반복해서 들어가 있었습니다. 메시지를 받아보면 이미 메시지 프로필 이름이 나오므로 중복됩니다. ‘안녕하세요’라는 말도 저 메시지 맥락상 필요하지 않아 줄였습니다.


여섯, 길게 늘여 쓰지 않는다.


위는 중고나라 앱에 구매자가 나타나면 알려주는 메시지입니다. 우리가 고객에게 원하는 것은 즉시 중고나라 앱으로 달려가 거래하는 것입니다. 그럼 긴 말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더 필요한 정보는 중고나라 앱에 가서 확인할 수 있으므로, 길게 늘여 쓴 말을 줄였습니다.


일곱, 명확하게 표현한다.


Before 메시지에는 수백만의 회원이 이용하는 중고 거래 서비스 운영의 어려움과 고뇌가 묻어 있었습니다. 고객에게 은연중에 경고 메시지를 주고 싶은 마음이 드러납니다. 이런 점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고객이 알아야 할 것만 명확하게 표현하기로 했습니다.


여덟, 주목이 필요할 때는 고객의 이름을 부른다.


위는 고객이 중고나라 안전 결제 서비스인 '중고나라 페이'를 처음 사용하면 보내는 감사 메시지입니다. 고객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고객의 관심을 집중시킨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돌아보며,

고객 언어 가이드를 만드는 일보다 전체가 약속을 지키는 일은 더 어려웠습니다. 수많은 이들이 언젠가 쓴 글들을 일시에 바꾸는 것도 너무나 벅찬 일이었습니다. 아직 서비스 전체 ‘언어’의 절반도 바꾸지 못한 것 같지만 그래도 “우리 UX 라이팅이 친절한 편은 아니죠”라는 생각에 도전해 곱씹고 고쳐본 것은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UX 리라이팅 후 클릭률, 체류시간의 개선을 측정하기 어려운 점도 한계라고 느꼈습니다. 다만 시도한 것이 의미 있고, 또 바꿔낸 부분도 큽니다. 이렇게 우리는 우리만의 약속이자 색깔인 '고객 언어 가이드'를 갖게 됐습니다.



글/디자인 by 중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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